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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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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갈망하고 원한다. 그 욕망은 대부분 우리의 결핍에서 비롯되고, 과거의 상처를 통해 우리는 미래에 대한 망상을 하며, 겁을 먹고 가치와 무가치를 만들어 낸다.
그리하여 우리는 가치있는 것을 좇기위해 스스로에게 가혹해지며 영혼을 서서히 잃어 가게 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 모습은 더욱 강화되었으며,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스스로에 대한 강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런 불안의 사회에서 투쟁해야 한다 말하고 싶다.
 
사소한 투쟁에는 이런 것들이 있을 것 같다.
  • 친구가 약속에 조금 늦더라도,
  • 지갑을 잃어버리더라도,
  • 버스를 눈앞에서 놓치더라도 개의치 않을 용기.
사소한 투쟁을 통해 우리는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절망은 투쟁의 결과이다. 절망은 정의롭고 이성적으로 살아가는 책임감 강한 사람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다.
절망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이라는 것. 무뎌지지 않는 날카로운 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절망을 경험한 사람의 영혼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영혼보다 조금 더 맑을 것이다.
 
절망이라는 것은 우리만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조금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과정. 인생에서 죽음이라는 결과까지, 조금 더 밀도있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
그렇지만 절망은 고통스럽다. 철저하게 괴롭고 외로운 것. 그래서 우리는 절망하기를 포기한다. 고통을 뚫고 나아가기란 어려운 것이다.
나는 고통을 받아들이지만, 세부에 집중하는 것으로 이를 뚫고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출근길의 맑은 하늘, 혹은 청량한 빗소리. 가로수의 잎 사이로 비춰지는 볕뉘와 같은 것들.
세부에 집중면서, 우리는 내면의 서정성을 짖누르라 강요하는 것들에 투쟁하며 우리들만의 의미를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무언가를 이루는 것으로 기뻐하라는 성취 강요의 사회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 보다 더 다양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서내

투쟁
‘투쟁’에서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 이래 나는 투쟁하지 않고 고결하게 고통받으며 침묵을 우위에 두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투쟁을 버리고 고통을 택하는 길을 발견했고, 결코 부정적이지 않은 인내의 의미를 알았고, 공자와 소크라테스와 그리스도교가 똑같이 권하는 ‘미덕’을 찾았다.
 
우리는 모두 절망 속에 산다. 그리하여 깨어 있는 사람은 모두 신과 무(無)사이에서 숨 쉬고 오르내리고 오간다. 목숨을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 매일같이 울컥 솟구치지만 인격과 시간을 초월하는 내면의 무언가에 의해 매번 저지당한다. 그리하여 영웅적이지 않은 나약한 행동이 오히려 용감한 행동이 되고, 우리는 미래를 믿는 전통적 미덕을 조금 구해낸다.
신이 생각했던 인간, 여러 민족의 문학과 지혜가 수천년 동안 이해해온 인간은 자신에게 쓸모없는 것에서도 기쁨을 찾아내고 아름다움을 갖미할 줄 아는 존재이다. 아름다움을 기뻐하는 인간의 능력에는 언제나 정신과 감각이 똑같이 관여한다.
절망
우리는 단지 망상에서 모든 공포와 고통을 만들어낸다. 모든 선과 악, 가치와 무가치, 열망과 공포는 그저 겁에 질린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서 생겨난다.
새로 태어나고 싶은 사람은 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워하면 오늘과 현재를 잃게 되고, 그리하여 현실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는 자살을 죄라고 보지도 않고 비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자살은 삶을 살아내고 삶의 무게를 벗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 앞에 열려 있는 출구인 것 같다.
절망이란,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정당화하려는 진지한 노력의 결과이다. 절망이란, 덕을 쌓고 정의롭고 이성적으로 살아가며 주어진 책임을 완수하려는 온갖 진지한 노력의 결과이다. 절망의 이편에는 아이들이 있고, 절망의 저편에는 깨달은 자들이 있다.
다시 밝은 빛을 보려면 고난과 절망을 뚫고 나아가야 한다.
절제
절제의 습관은 작은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능력과 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능력은 누구에게나 선천적으로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을 발휘하려면 현대 생활이 왜곡하고 없애버린 적당한 명량함, 사랑, 서정성이 필요하다. 주로 가난한 사람에게 선물로 주어지는 그런 작은 기쁨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일상의 곳곳에 무수하게 흩어져 있어서 일에 파묻혀 사는 수많은 사람은 사람의 둔감한 감성으로는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그런 기쁨 가운데 으뜸은 우리가 날마다 자연을 접하면서 맛보는 기쁨이다. 현대 생활에서 특히 혹사당하고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눈도 마음만 먹으면 풍요로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