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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수련 기록 (26.04)2026-04-29

요가 1년 4개월 하고 느낀점

나는 내 몸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헬스를 꽤 오래 했다. 꾸준히 한 것만 따지면 5년 정도 되고, 스쿼트도 몸무게의 두 배 이상 칠 수 있을 만큼 나름 진심으로 했다. 운동을 대충 한 편은 아니었다.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디에 힘이 들어가야 하는지, 어떤 자세가 나에게 맞고 맞지 않는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유연한 편이라고도 생각했다.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깨 가동성도 나쁘지 않았고, 허리도 꽤 잘 움직이는 편이었다.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도 자세가 너무 뻣뻣해서 문제가 된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막연히 내 몸은 힘도 어느 정도 있고, 유연성도 나쁘지 않은 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가를 하면서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전체적으로 유연한 사람이 아니라 특정 부위만 유연한 사람이었다. 어깨나 허리는 괜찮았지만, 문제는 골반이었다. 요가 동작을 하다 보면 골반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안 열린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심하게 뻣뻣했다. 그전까지는 잘 몰랐다.
 
헬스를 할 때 스쿼트나 데드리프트를 하면서 허리가 불편했던 적이 왕왕 있었다. 그때마다 골반 주변을 많이 풀어주고, 가동범위를 다르게 가져가면 괜찮아지곤 했다. 그래서 나는 그걸 체형상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무게중심이 다르고, 관절 구조도 다르고, 움직이는 방식도 다르니까. 내 몸은 그냥 이런 몸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요가를 하면서 보니, 그게 단순히 체형의 문제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몸의 구조는 사람마다 다르다. 다만 내가 너무 빨리 “이건 내 체형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결론 내렸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사실은 풀어야 할 곳을 충분히 풀지 않았고, 움직여야 할 방향으로 충분히 움직이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었다.
이 과정이 몸을 다시 배우는 느낌에 가까웠다. 헬스를 할 때는 주로 힘을 잘 쓰는 법을 배웠다면, 요가를 하면서는 힘을 빼고 버티는 법, 내가 잘 쓰지 않던 관절을 천천히 깨우는 법을 배우는 느낌이었다.
헬스와 요가의 가장 큰 차이는 단조로움에 있는 것 같다. 헬스는 비교적 정적이다. 정해진 자세가 있고, 정해진 궤적이 있고, 정해진 반복이 있다. 물론 그 안에서도 깊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하나의 동작을 정확하게 반복하는 운동에 가깝다.
반면 요가는 계속 흐름이 있다. 한 자세에서 다음 자세로 넘어가고, 그 사이에서 호흡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 몸은 버티고 있는데 동시에 움직여야 하고, 힘을 주고 있는데 동시에 힘을 빼야 한다. 그게 생각보다 어렵고, 또 꽤 재미있다. 그냥 스트레칭처럼 보였던 동작들이 실제로 해보면 맨몸체조에 가까울 때도 있다. 특히 전통요가 쪽으로 가면 난이도가 꽤 높다. 그냥 유연한 사람이 예쁜 자세를 만드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많이 빗나간다.
 
나도 요가에 대한 인식이 조금 있었다. 요가는 여성분들이 많이 하는 운동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남자가 요가원을 가면 괜히 눈치를 보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실제로 아예 신경이 안 쓰인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그런 생각은 생각보다 빨리 옅어진다. 동작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쁘고, 내 몸 하나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다.
오히려 요가를 하면서 느낀 건, 내가 어떤 운동을 너무 이미지로만 판단하고 있었구나 하는 점이었다. 쉬워 보여서 고려하지 않았던 운동이었다면, 한 번쯤은 다시 봐도 좋겠다. 요가는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보다 힘들고, 생각보다 몸을 많이 드러낸다. 여기서 드러낸다는 건 내가 어디가 막혀 있고 어디를 회피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는 뜻이다.
 
요가를 하고 나면 헬스를 했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개운함이 남는다. 헬스를 하고 나면 “몸 좀 썼다”는 느낌이 든다. 근육을 썼고, 무게를 들었고, 땀을 흘렸다는 감각은 분명하다. 그런데 요가를 하고 나면 이상하게 “건강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몸이 얼마나 건강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유연성이 좋아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호흡을 오래 붙잡고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조금 웃기지만, 몸이 유연해지니까 마음도 같이 유연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실제로 그런 건 아닐 수도 있다. 골반이 열린다고 해서 갑자기 인생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도 몸을 쓰는 방식이 달라지면,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도 조금은 달라지는 것 같다. 안 된다고 생각했던 동작이 조금씩 열리고, 불편하다고만 느꼈던 부위가 조금씩 움직이면, 나에 대한 판단도 조금은 느슨해진다.
 
내가 요가를 계속 해보고 싶다고 느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가는 몸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착각을 조금씩 걷어낸다. 그리고 내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힘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것도 알게 한다. 더 세게 밀어붙이는 것보다, 더 천천히 열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몸으로 배우게 한다.
그래서 나는 요가를 한 번쯤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특히 운동을 꽤 해봤고, 몸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요가는 내가 잘하는 운동을 하나 더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내 몸을 너무 좁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에 가까운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내 몸을 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잘 쓰는 부위만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직 낯선 부위가 있고, 막혀 있는 방향이 있고, 천천히 열어야 할 시간이 있다. 요가를 하면서 그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게 생각보다 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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